개인의 자선, 국가의 복지에 관해 생각해 볼만한 글.

관심기사 2008. 7. 19. 21:46
출처 http://blog.ohmynews.com/getnew/222537


휴먼다큐 <동행>을 보다.

분류없음 2008/07/19 11:58 bong~
어머니는 말기암 환자다. 4개월간 지독한 소화불량으로 고생하다가 병원을 가봤는데, 말기암 판정을 받았다고 한다. 많은 암환자가 그러하듯이 병원에서 항암치료를 받았었다. 그러나 없는 형편에 한달에 100만원이 넘어가는 치료비를 감당할 수 없어서 병원을 나오고, 마약성의 진통제 알약으로 하루하루 힘겹게 버텨나가고 있다.

아들은 밤에 토스트 장사를 한다.  하루에 이것저것 제외하고 얻는 돈은 채 4만원이 되지 않는다. 그는 말기 신부전증 환자이기도 한데, 매일같이 혈액투석을 받지 않으면 견디기 힘들다고 한다. 그래도 그가 매일같이 고된 장사를 하는 이유는 어머니가 중도에 그만둔 항암치료를 재개하기 위해서다.

"아들이 몸 상해가면서 버는 피같은 돈을 내가 좀더 살겠다고 어떻게 쓰냐"고 어머니는 울먹이며 말한다. 아들이나 어머니나 하루하루가 지옥과 같은 삶이다.

방영이 끝난뒤 방송 홈페이지에 가봤다. 역시나 그들에게 힘내라고 응원하는 메세지들로 차있다. 금전적인 도움이나 병원치료 도움을 문의하는 글들도 상당수 있다. 아마, 그들도 그 전 프로그램에서처럼 어떤 독지가가 도움을 주거나 여러 물질적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무료로 치료해주겠다는 대형병원이 나설 수도 있고, 노동은 고되고 돈은 안되는 토스트 장사가 아닌 다른일을 알아봐 주는 사람들도 생길 수 있을것이다.

이런 다큐멘터리를 보며, 눈물짓고 어떻게든 도움을 주고 싶어하는 사람들은 많다. 그러나 그곳에서 "왜?"라는 질문을 던지지 않고 사고가 멈추어서 안된다. 왜냐하면  그들이 그렇게 살 수 없는 이유는 개개인의 "운명"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구조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1인당 국민소득이 2만불이 넘어가는 나라에서, 가난하다고 병원에가지 못하고 고통속에서 죽음의 문턱으로 이끌려가는 사람들이 내 팽겨치는 나라가 어디 있을까.

그들에게 자선을 배풀고, 그 수혜자들이 다시 삶의 희망을 갖게 하는 일은 분명 아름다운 일이다. 그러나 자선으로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지옥과 같은 삶을 이어가고 있는 수없이 많은 사람들 모두에게 자선을 배푼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일임에, 그런 삶들은 계속 재생산될 수 밖에 없지 않은가.

이나라 정부에게 가난한 사람에게도 행복한 삶을 영유하게 할 수 있는 복지를 요구하면 된다. 가난한 사람도 돈에 구애됨이 없이 병원에 갈 수 있는 무상의료, 그리고 가난한 사람도 누구나 교육을 받을 수 있는 무상교육을 요구하면 된다. 이것은 결코 실현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이미 유럽에서는 국민소득 1만불이 넘어섰을때 다 실현했다. 그들과 우리가 다른 점이라면, 그들은 "정치"를 이용하는 방법을 알았던 것이고 우리는 그것을 알지못했다는 점 뿐이다.

이제 2만불 넘는 수준높은 소득수준을 갖은 나라답게, 국민들도 좀 수준높은 정치의식을 가졌으면 좋겠다. 정치의 공간이 무엇인지 좀 공부하고, 무엇을 어떻게 할 있는지 요구할 수 있는 국민들이 되었으면 좋겠다. 누구의 말 마따나 아름다운 자선으로는 세상의 억압과 착취는 결코 끝낼 수 없다. 억압과 착취는 정치로 끝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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